라응찬 전 회장·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한동우 고문

[뉴스비전e 특별취재팀] 제국의 흥망성쇠는 배신의 역사다. 어느 제국이든 건국과 멸망의 순간엔 ‘배신’이 있다. 배신으로 새로운 제국이 탄생하고, 배신 때문에 망하는 게 제국이다.

대한민국 군부독재시대도 배신의 역사였다. 배신(쿠데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역시 ‘배신자’ 김재규의 기습 총격에 18년 장기집권의 막을 내렸다.

그 틈을 타 12·12와 5·18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도 ‘친구’ 노태우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고 백담사로 쫓겨났다. 노태우는 보수를 배신하는 3당야합으로 정권을 유지하다 YS의 배신을 대비해 돈을 꿍쳐놓다 발각되고 말았다.

‘노태우 4,000억 비자금’으로 고객과 국민에게 배신감을 심어준 신한금융그룹이 군부독재시대의 ‘배신 공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관치금융시대에 ‘혁명’처럼 신한은행을 탄생시킨 라응찬 회장의 20년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게 된 신한사태도 심복 같은 신상훈 당시 행장의 배신에서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그 배신은 김재규의 배신만큼이나 역사의 심판에 맡겨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 수습과정에서 득세한 한동우 고문도 6년 회장 자리에서 내려올 때 배신이 두려웠는지 ‘고문’ 감투를 쓰고 ‘상왕’ 자리에 앉아 있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

지금 조용병 회장에게 이보다 절실한 명언이 또 있을까? 문제는 버려야 할 뗏목이 두 개나 있다는 점이다.

우선 라응찬계다. '한동우 회장-조용병 행장' 체제 당시 라응찬계에 대한 ‘숙청’은 상당부분 완료됐다. 당시엔 견제를 막기 위한 당연한 방어적 공격이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그 정도 선에서 일단락되었다고 안심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신한사태의 핵심인 ‘남산 3억원’이 MB재판과 함께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라응찬계와의 완전한 결별, 확실한 배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의 뗏목은 한동우다. 채용비리로 불거진 한 고문 아들 '꽃보직' 논란의 '공범'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배신은 필수다.

배신하기로 결심만 하면 인사비리는 상왕을 제거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채용비리를 빌미로 한 고문의 사퇴를 종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고문이 요즘 편치 않은 이유다. 권좌를 물려준 조 회장이 자신을 ‘백담사’로 보낼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제국에 황제가 둘일 수 없고, 조 회장의 갈라차기가 성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갈라차기는 리스크가 큰 공격동작이다. 무엇보다 착지가 문제다. 가랑이가 찢어지거나 엉덩방아를 제대로 찧을 수 있다.

배신은 진화할 뿐 아니라 학습되기도 한다. 조 회장의 갈라차기를 지켜보는 예비 후계자들이 적지 않다. 발차기 기술에는 '돌려까기'도 있다.

신한금융제국에서 가장 큰 배신은 '신용을 지켜야 한다'는 초심에 대한 배신이다. 이희건 회장의 창업정신을 담은, 신한인의 금과옥조라는 <오십훈(五十訓)>에 이런 가르침이 있다.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지만, 신용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

오렌지생명을 인수한 후 제국은 날마다 파티다. 장밋빛이든 오렌지빛이든 모든 성공은 화려해 보인다.

<오십훈> 중엔 이런 문장도 있다.

『성공 속에 쇠망의 씨앗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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