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대가 만든 신경만 지원 반도체 씽커칩 <사진 / Solid-State Circuits>

[뉴스비전e 정윤수 기자] 베이징 칭화대에 설치된 한 컴퓨터 칩이 인근의 카메라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처리하여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에서 얼굴을 식별한다.

몇 초 후, 씽커(Thinker)라고 불리는 이 칩은 중국어로 내려진 명령을 처리한다. 씽커는 신경망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었으며 특히 AA 전지 8개로 1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저에너지 설계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씽커는 구동되는 소프트웨어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산 및 메모리 요구 사항을 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이와 같은 기능에 대해, 이미지에서 사물을 인식하거나 사람의 목소리를 이해하는 등 실제 응용에서 다른 수의 레이어를 가진 서로 다른 신경망을 조합할 때 요구되는 핵심 기술이다. 

2017년 12월 컴퓨터 하드웨어 설계 최고 저널인 IEEE 고체회로 저널(Journal of Solid-State Circuits)에 게재된 씽커를 발표한 논문은 중국 과학계로서 대단한 업적으로 평가받았다. 

 

◆뒤처진 반도체 산업...AI 칩으로 한번에 역전 노리는 중국

<사진 / 칭화대>

중국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기대하는 4차산업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AI 성공의 '핵심키'인 컴퓨터 칩 개발을 통해 미세공정 등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대만에 뒤처졌던 경쟁력을 한번에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정보기술 혁명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비교해 보면, AI를 따라가는 추세는 그 속도 면에서 가장 빠르다"

MIT테크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씽커의 개발을 이끌었던 인슈이 인 칭화대 마이크로 전자공학 연구소 소장의 발언이다.   

태양전지 패널, 스마트폰 등에서의 기술격차를 크게 줄이는데 성공했음에도, 중국은 유독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는 주요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핵심 소비국이 됐다. IHS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집적회로 수입량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182조 80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이 반도체 강국이 되기 위해 주목하기 시작한 분야는 구글, 인텔을 포함한 실리콘밸리 공룡들이 집중하고 있는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칩이다. 

<사진 / 칭화대 홈페이지>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2020년까지 신경망 처리 칩을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강력한 그래픽 칩이나 즉석에서 재구성이 가능한 비어 있는 칩인 FPGA 같은 기존 칩을 이용해 AI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지만 그런 설계는 비용이 많이 들고 배터리를 사용하는 작은 기기에서 동작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바로 이런 이유로 칭화대가 씽커를 개발한 것이다.

씽커는 스마트폰, 시계, 가정용 로봇 또는 원격지에 설치한 장비 등 다양한 장치에 내장될 수 있다. 칭화대 연구팀은 오는 3월, 씽커를 장착한 첫 번째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중국에서는 유사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1월 말 중국 과학원 산하 컴퓨팅기술연구소(ICT)는 현지 반도체 제조업체를 통해 로봇에 사용되는 칩을 소량 생산할 계획이다.

다두(Dadu)라고 불리는 이 칩은 두 개의 코어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신경망을 작동시키고 다른 하나는 동작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신경 코어는 시각을 위한 알고리즘을 구동하고, 동작 코어는 물체를 잡아 목적지로 전달하는데 있어 최적 코스를 찾아 준다.

특히 중국과기원 산하 ICT 내 사이버 컴퓨팅 연구실은 이미 로봇 칩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으며 커피 배달 로봇, 손움직으로 제어하는 드론 등을 포함한 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 기반 사용자 UX는 가장 큰 경쟁력 

중국과학원 대학 <사진 / 중국과학원>

AI 칩 분야에 있어 중국의 무기는 세계 최대 인구를 기반으로 보유한 사용자 경험(UX) 정보다. 

반도체와 달리, 인공지능은 데이터가 기반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방대한 사용자 경험정보를 칩 설계에 적용해, 서비스와 산업의 진화에 맞춰 성능을 빠르게 개선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은 이전에 칩 산업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2001년 중국과학원은 데스크탑 CPU를 개발하기 위한 팀을 출범시켰지만, 의도와 달리 한 번도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중국 정부는 'Made in China 2025' 제조정책에 칩 설계와 제조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는 방안을 포함했고, 여기에는 방대한 사용자경험정보 적용을 주 전략으로 담았다.

구글, 아마존이 중국에 데이터센터와 연구소를 세우며 사업을 강화하는 주된 이유 역시 시장규모 만큼이나 중요한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풍부한 사용자정보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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