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신승한 기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사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하고 전국의 가맹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5천 378명을 모두 본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5일 이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 및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파리바게뜨 매장 전경 / 파리바게뜨>

 

이러한 노동부의 결정으로 파리바게뜨 본사뿐만 아니라, 그동안 제빵사를 고용하고 관리해 왔던 전국 11곳의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전국의 가맹점주, 이번 이슈의 주체인 제빵사까지 모두 혼란에 빠졌다.

◆ 불법 파견 핵심 '본사의 관리 감독'

현재 파리바게뜨의 가맹점들은 본사가 아닌 협력업체를 통해 제빵사를 공급받고 있다.

가맹점주가 파리바게뜨 본사와 가맹사업 계약을 하면 본사는 업무협정을 맺은 각 지역의 협력업체에게 통보하고, 협력업체는 가맹점과 도급계약을 통해 제빵사를 보내주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인 제빵사의 인사 · 노무관리까지 직접 관리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라고 지적했다.

가맹사업법상 파리바게뜨가 제빵사들의 교육이나 훈련 · 지원까지는 가능하지만, 인사는 협력업체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노동부는 이번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판정에 있어 현대 · 기아차의 불법파견 법원 판례를 사례로 들었다. 현대차는 2차 협력업체과 전혀 계약관계가 없었지만 2차 협력업체 직원에게 작업지시와 관리 감독을 했다는 것이다.

◆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현대· 기아차와는 달라

하지만 법률계에선 이번 파리바게뜨 건과 현대 · 기아차의 법원 판결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누구를 위해 일했냐는 점이다.

현대 · 기아차의 경우 2차 협력업체 직원이 현대차 공장에 사내하청으로 파견돼 공장 안에서 작업을 했다.

올 2월 서울고등법원은 현대 · 기아차의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현대 · 기아차가 하청업체를 통해 노동자들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긴 했지만, 근로자들이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작업을 했으며 비록 정규직과 공정을 분리해 같은 일을 하진 않았지만 본사가 실질적으로 작업 지시와 감독을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파견계약이라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제빵사의 경우, 본사가 아닌 각 가맹점주를 위해 일하고 있다.

불법파견 성립에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파견된 인력이 해당 본사의 사업장에서 본사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파리바게뜨의 경우엔 가맹점주와 협력업체간의 계약 · 이익관계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대 · 기아차의 불법파견 판례를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단, 이해당사자들 '강력 반발'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제빵사를 고용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이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대표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빵기사들의 처우개선에 노력해온 협력사를 불법파견이라 규정하고 25일안에 사업을 그만두라는 것은 협력업체의 생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노동부의 공문을 받은 후 행정소송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매장 내부 /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도 인건비 증가에 대한 우려 등으로 반발하고 있다.

현재 협력업체를 거치지않고 직접 제빵사를 고용하고 있는 일부 가맹점들의 경우를 감안했을때, 제빵사들이 본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임금이 오르면서 가맹점주의 금전적 부담이 20% 이상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빵사들도 무조건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본사 정규직이 되면 당장 월급은 올라가겠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고용을 줄이게 되면 중장기적으론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파리바게뜨 본사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본사와 가맹점이 가맹점 사업 계약을 체결하긴 하지만, 도급계약은 순수하게 가맹점과 협력업체가 체결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현재 제빵사는 가맹점주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고 있는 데 만일 본사 정규직이 되었을 경우, 지금과 같은 업무 형태도 역시 '불법파견'이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되어선 안된다.

이렇게 반발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제빵사, 공정위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본사의 직접 고용 지시의 시효 연장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번을 계기로 파견법 시행령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파견법은 지난 1998년 처음 제정되었다. IMF 규제금융 시절이던 당시 비정규직이 급증하면서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의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파견 대상 업종은 32개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컴퓨터 관련 전문가 ▲번역가 · 통역가 ▲창작 · 공연예술가 ▲광학 · 전자장비 기술 종사자  ▲도서·우편 및 관련 사무 종사자  ▲수위·경비원  ▲여행 안내 종사자  ▲배달·운반·검침 관련 종사자  ▲음식 조리 종사자  등 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개정된 파견법이 산업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우리사회에선 그동안 불법파견을 통해 근로자들을 착취하는 나쁜 기업들이 있었다.

파리바게뜨 같은 프랜차이즈만 업종뿐만 아니라, 조선, 건설, 금속업종 등 다양한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근로자 착취 관행을 없애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적폐청산 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합리적인 법 개정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수년간 중소기업 육성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젊은 구직자들은 이른바 '3D'업종의 일자리는 기피하고 있다. 이미 도금이나 주형 같은 금속업 현장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심지어 최근엔 농촌에서도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도 파견이나 하청이라는 고용형태-즉 비정규직이기때문에 차별을 받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이 비정규직 근로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수경제활성화,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게 된다면, 또 다른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될 수도 있다.

각 산업별 특성을 충분히 수렴하면서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 업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현명한 방안 마련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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