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뉴스비전e DB>
[뉴스비전e 이진구 기자] 미국 시장에서 가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하자 넷플릭스(Netflix)는 3년 전부터 해외사업을 강화해 오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 가입자 계정 수는 1억 건을 넘어섰다.
 
20년 전 창업해 DVD 우편배송 서비스 업체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이후 파죽지세로 기존 TV, 영화를 포함한 동영상 시장과 그 주변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어가며 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 시장에서 2016년 4분기에 가입 계정 건수 5,000만 개를 넘어섰는데, 이는 미국 가구의 40%가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2017년 1 분기 실적을 보면 계약 증가 건수가 142 만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223만건에 비해 감소하며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가입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볼 때 지금까지와 같은 급성장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며, 이런 판단 때문인지 넷플릭스도 수년 전 부터 해외 시장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말 기준으로 190여 개 국에 진출해 글로벌 존재감을 구축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보면 아직 마케팅이 충분하지 못한 곳이 많음에도 꾸준히 계약 건수가 증가해 2017년 7월에 전세계 계약 건수가 1억 건을 돌파했다.
 
넷플릭스가 19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되고 있기는 하지만, 넷플릭스를 볼 수 없는 몇 안 되는 국가 및 지역에 초거대시장인 중국이 포함되어 있다. 넷플릭스가 진출하지 못한 지역은 중국 외에 시리아, 북한, 크리미아 자치주(우크라이나)로 사실상 모든 국가에 진출해있는 셈이나, 중국이 제외되어 있다는 면에서 보면 전세계 시장의 절반에 아직 진출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은 추가 성장을 목표로 하는 넷플릭스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공략해야 하는 초거대 시장이며,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업계의 관심은 넷플릭스의 중국 시장 진출 여부에 집중됐다.
 
중국은 외자 규제가 있어 단독으로는 시장에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지난 2년 동안중국 현지 파트너를 물색해 왔던 것으로 보이며, 알리바바 산하의 와수 미디어 홀딩스등 여러 기업과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는 2017년 4월 바이두 산하의 아이치이(iQIYI, 愛奇芸)를 파트너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의향을 밝혔으며, 양사의 협업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아이치이에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치이는 중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대기업으로 가입 계정 수는 약 3,000만 건으로 추정되며, 중국의 인터넷 콘텐츠 시장이 최근 급성장함에 따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다.
 
중국 시장 진출 성공 여부는 넷플릭스가 지금껏 구가해 왔던 급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유료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 수는 7,500만 명으로 2015년의 2,200만 명에서 1년만에 3배 이상 늘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파트너 확보 단계에 이르렀지만 넷플릭스로서는 아직 중국 시장 진출을 낙관할 수 없는데, 이 번 파트너를 통한 우회 진입에 대해 중국 당국의 승인이 최종적으로 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는 복잡한 변수 발생이 특징인데, 넷플릭스가 이런 변수를 헤쳐 가면서 중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지 여부는 넷플 릭스의 미래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중국 다음으로 주목하는 시장은 인도네시아로, 이미 진출해 있는 지역이지만 부적절한 콘텐츠 전송을 이유로 2017년 1월 서비스가 중단된 경험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수가 세계 4 위로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으며, 넷플릭스 역시 2016년 서비스 확장 지역에 인도네시아를 포함시킨 바 있다. 넷플릭스는 2017년 1월 일부 콘텐츠가 검열 기준에 저촉돼 서비스 중단 조치를 당했다가, 4월에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사업자인 텔레코뮤니카시 인도네시아(Telekomunikasi Indonesia)와 협력을 통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중국 시장 진출이 아직 불확실한 상태에서 인도네시아 시장 재진입의 의미는 큰데,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5,800만 명의 인구 대국으로, 넷플릭스가 다음 성장의 동력으로 인도네시아에 초점을 두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넷플릭스는 신규 거대시장 진출 외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 수익성 제고방안도 마련해야 하는데, 그 힌트를 호주에서 전개하는 시범 서비스에서 엿볼 수 있다. 
 
호주 넷플릭스는 2017년 5월부터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요금 인상을 시작했으며, 아직 가입하지 않은 사용자가 주말에 넷플릭스에 접속하면 일부 사용자에게는 현재 요금보다 인상된 가격이 제시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3개 요금제가 제공 중이며, 베이직은 월 8.99 달러에서 9.99 달러로, 스탠더드는 11.99 달러에서 13.99 달러로, 프리미엄은 14.99 달러에서 17.99 달러로 인상된 금액이 제시되고 있다.
 
인상된 가격이 표시되는 것은 주말 동안만으로 월요일이 되면 현재 요금으로 되돌아 가며, 또한 모든 미가입 사용자에게 표시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번 조치는 넷플릭스가 향후 가격 인상을 단행할 때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요금 인상 반응 테스트는 2017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소위 넷플릭스 세금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호주 정부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세수를 확대하기 위해 세제 개정을 통해 해외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과세를 늘리고 있다.
 
7월 1일부터 GST(Goods & Services Tax, 상품 및 서비스 세)의 대상에 디지털 서비스도 포함되었으며,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서비스 요금의 10%를 납부할 의무를 새롭게 지게 됐다. 호주 정부의 이번 세제 개정에 의한 넷플릭스의 납세 부담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는데, 넷플릭스의 가격 인상 시험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며, 실제 각 요금제의 가격 인상폭을 보면 11~20% 수준으로 GST 세율 10%를 웃돌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마지막으로 남는 성장 유지 수단은 요금 인상일것이기 때문에, 호주에서의 시험 결과는 넷플릭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제 개정 같은 호주의 특수한 사정을 차치하더라도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요금 인상은 매우 고전적이지만 성장 유지를 위한 유효한 전략의 하나이며, 넷플릭스가 요금 인상을 제시했을 때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할 지는 향후 성장 여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동영상 서비스 시장은 새로운 콘텐츠가 속속 태어나고 사라져가는 세계이며, 소비 속도가 빠르고 사용자의 유동성도 매우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CRM 강화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전략을 통해 시장 경쟁에 대응해 왔는데, 이 전략들의 실행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계약의 증가로 상쇄하며 성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기본적으로 CRM과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한 성장 전략을 유지하려 하며, 미국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듦에 따라 해외 시장 전개에 주력함으로써 성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도 남아 있고 해외 사업의 실적에 따라 지금의 가입자 수 성장세가 지속 될 가능성도 있지만, 해외에서의 시장 수요도 어느 정도 차고 난 후에는 성장 전략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그 때까지 별다른 전략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호주에서 테스트해 보고 있는 요금 인상은 넷플릭스의 최후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요금 인상에 대한 호주 소비자의 반응은 넷플릭스의 향후 전략 수립에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